 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2026
최은영 작가는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젊은 여성작가에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최은영 작가의 데뷔작인 '쇼코의 미소'를 보고 첫눈에 반했는데요. 희한하게도 저는 그 소설이 마치 제가 쓴 소설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게 저만의 감상이 아니더라고요. 그 소설을 읽고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소설을 각자 자신이 쓴 소설처럼 느낀다는 걸 알았어요. 2016년애는 좋은 소설을 읽고 널리 알리기 위해 소설가와 편집자 등이 모여 만든 '소설리스트'가 주관한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 최은영 작가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 이가 소설가로 사는 일이 마치 나쁜 남자를 사귀는 것처럼 나한테 다정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좋은 거라고는 주는 게 없어서 시시때때로 자괴감과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데도 좋아 죽겠는 그런 이상한 연애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뭔지 너무 알 것만 같았어요. 어쨌든 그 최은영 작가가 첫 에세이를 펴냈습니다. '백지 앞에서'. 이 책은 종이책으로 사보기를 권합니다. 책 자체가 너무 아름답거든요.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지 설레서 서문과 에필로그를 후다닥 읽어보았습니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단은 이렇습니다. "나의 찢긴 일기장에게, 그걸 찢어버린 어린 내 손에게, 연필을 깎던 아침에게, 아팠던 무릎에게, 나를 바라보고 매만졌던 사람들에게, 내가 애써 삼킨 말들에게, 열리지 않던 창문에게, 다정한 눈물에게, 눈물보다 부드러웠던 깊은 잠에게,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에게, 좋아하던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밥상 앞에 앉아 있던 일곱 살의 나에게, 케이크 위 작은 촛불들과 고깔모자, 달콤한 마가렛트 과자에게, 높이 날아간 그네에게 이렇게 멀리서 인사를 보낸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할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최은영 작가의 작품에 대해 오해를 하곤 합니다. 마냥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로. 물론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은영 작가의 작품 속에 녹아있는 어떤 날카로움, 차가움을 훨씬 좋아하고 더 예민하게 느껴요. 날카로움이나 차가움보다는 무표정과 무심함에 가까운? 소설보다 에세이에 그런 면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