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지음, 창비, 2026
김혜진 작가를 좋아합니다. 거의 모든 책을 읽었고, 그 책들 거의 모두를 사랑해요. 저는 SF나 판타지를 좋아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실패라고 하는 이유는 그 장르의 책들을 좋아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저는 현실 인간이고 그 너머를 못 보는 좁고 얕은 인간인 것 같아요. 김혜진 작가가 일이나 일하는 사람에 대해 많이 쓴 사람이라 더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일하는 인간이 겪는 갈등과 그들이 느끼는 모순, 일상적인 괴로움에 대해 읽는 것을 좋아해요. 그것은 늘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한편으로는 제가 저를 세상과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가 아닌가를 존재 이유로 자주 생각하고 그에 대해 죽을 때까지 확신하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할 거에요. 이 책 전에 읽었던 김혜진 작가의 책은 '오직 그녀의 것'이었습니다. 편집자로 경력을 시작해 편집자로 은퇴할 때까지, 한 여성 편집자의 일과 삶이 담겼지요. 특별하고 거대한 사건은 등장하지 않고 일과 일 주변의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어려움, 번민 같은 것들이 다루어집니다. 마음 한편으로는 나도 편집자로 은퇴하기까지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읽었습니다. 제가 편집자를 그만 둔 것은 제가 그 일을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가 어려워서였기 때문에 돌이킨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요. 나이가 이렇게 들고 나니 그 어느 누구도 자기 일에 대해 그런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테지요. 이 책은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이에요. 첫 단편 '관종들'부터 흥미롭습니다. 아파트 정원에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한 소년을 만나 마음 쓰여하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소설가들은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예민하게 이 세상을 바라보고 느껴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김혜진 작가님, 새삼 감사합니다, 넙죽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이번 책도 소중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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