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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유인원과의 산책2026-09-20 15:38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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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몽고메리 지음, 김홍옥 옮김, 2023, 돌고래


대지 위로는 생명체들이 두껍게 층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비단뱀처럼 살이 통통하게 오른 덩굴식물은 똬리를 틀며 버팀대 역할을 해주는 나무를 감아 오른다. 착생하는 양치식물과 난초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살아간다. 거미줄처럼 가는 가시가 돋친 등나무 덩굴이 지나가는 사람의 옷에 달라붙는다. 산 생명체는 공공연하고 집요하게 죽은 생명체를 먹이 삼아 살아간다. 종렬을 이룬 개미들이 힘을 합쳐 죽어가는 애벌레 한 마리를 실어나르는 중이다. 혀가 소용돌이 모양인 나비는 죽은 뒤쥐의 뜬 눈에서 소금기를 핥아먹고 있다. 기주 식물의 나뭇가지에 안전하게 정박한 씨에서 태어난 교살목은 제 수양어미 줄기 근처에 뿌리를 내린다. 결국 수양어미는 수양아이가 허리를 휘감아 조이는 바람에 서서히 질식하면서 죽어 간다. 생명과 죽음, 성장과 소멸이 함께하는 이곳은 지옥이기도 하고 에덴이기도 하다.  p. 26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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