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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읽은 책] 소유하기 소유되기2026-04-19 14:31
카테고리읽은책 읽을책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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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2026


율라 비스라는 저자를 처음 만난 건 전작, <면역에 대하여>(열린책들)를 통해서였습니다. 첫 인상은 백인 중산층 여성의 호들갑이 지나치다 였어요. 아이 예방접종을 가려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남편에게 전화해 우는 장면 같은 것들. 문장의 밀도도 힘들었고요, 어떤 문장 뒤에 은유로든, 인용으로든 깔려 있는 신화나 고전이 낯설 때,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독자로서 배제 당한 듯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이 책도 처음엔 비슷했어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는 것들, 안정을 얻기 위해 융자를 얻어 집을 사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등의 일들을 하나하나 늘어놓고 고심하고 뜯어보는 일이 유난스럽다고. 하지만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그이가 겪는 일들이 내 일과 겹쳐지면서 문득 깨닫게 되었죠. 우리에게 율라 비스 같은 예술가들이 왜 필요한지를요.


세상이 그런 거지,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라는 말은 세상살이의 모든 것들을 밋밋하게 만들어요. 다른 사람들의 추구를 나의 추구로 여기며 헐레벌떡 좇다 보면, 모든 것에 무감해져버리거든요. 율라 비스는 아주 작은 바늘을 들고 우리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자신의 일상을 소재로 우리를 아픈 줄도 모르게 찌릅니다. 그 작은 통증을 예민하게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계속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이 정도 되니, 아무래도 주변에서 노후를 위해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넌 일하지 말고 돈이 일하게 하라는 거죠. 그런데, 저는 늘 그게 불편했어요. 세상에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내 것이 늘어난다면 그건 어느 쪽에서든 잃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는 직업을 잃고, 누군가는 투자한 돈을 잃겠지 하는.

 

게다가 요즘처럼 투자와 성과의 과정이 유리되어 있는 휴대폰 화면에 숫자만 보이잖아요? – 상황에서는 내 계좌에 돈만 불어난다면 과정이나 방법은 알 수 없어서 내 손은 깨끗하다는 환상을 갖게 되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해요. 율라 비스가 대학교 교원으로 재무설계사를 만나는 이야기는 정말 웃겼어요. 윤리적으로 올바른 투자 종목을 골라주겠다, 거기에 우선 순위를 정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특히요.


, 글쓰기와 문학을 가르치는 율라 비스에게 어떤 이는 당신에게 배운 학생들이 배운 것으로 밥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자신이 하는 예술이라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였어요. 그는 그걸 serve한다고 표현했는데, 저는 실제 물리적으로 serve 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그걸 다른 의미로 곱씹어 보게 되었거든요.


세계는 고도로 자본주의화 되었어요. 어떤 이는 자본주의가 더 나은 제도이니 사회주의가 실패한 것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사회제도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닐 거에요. 그 사회를 만든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것일뿐이지요. 늘 믿고 싶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그걸 실현할 수 있다고.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눈길과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사유의 자맥질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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