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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읽은 책] 보물전 - 1323 고려, 바다를 삼킨 소년2026-09-07 21:31
카테고리읽은책 읽을책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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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영 지음, 다른, 2026


친구가 쓴 책이에요. 제가 20대였던 90년대는 대중문화가 폭발하는 시기여서 그런 문화를 즐기는 것이 저희 세대의 일반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졸업을 한 후에도 '회사'에 취직하기를 바라기보다 학창시절 내내 우리가 즐겼던 문화를 직접 만들거나 지원하거나 일원으로 참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가까운 친구들 가운데 방송작가가 되거나 영화사, 기획사 등에 들어가거나 각종 잡지사에 들어가 그 분야를 일궈나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했어요. 좋아하던 게 일이 되면 애정이 식다 못해 증오하게 된다는 말도 있지만 읽기를 좋아해서 서평 잡지사에 들어간 저는 여전히 읽기를 사랑하고, 다른 친구들도 그 분야에서 여전히 의미와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읽기를 사랑하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좋아했던 친구 하나가 비룡소에서 청소년 역사 소설상에 당선되어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 친구의 세 번째 책이에요.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시작은 중국에서 고려로 출발한 상선 하나가 거센 파도에 찢겨 침몰하는 광경입니다. 이 상선에서 겨우 살아남아 고려의 한 바닷가에 떠밀려온 한 사내를 염전에서 일하던 소년 맹랑이 구합니다. 일할 사람이 늘 필요한 염전에서는 기억을 잃은 이 사내를 한 일꾼으로 반깁니다. 자신들과는 다른 출신으로 보이는 그 사내를 소년은 어쩐지 믿고 따릅니다. 그에게서 다른 세계를 엿보았거든요. 인간들은 모두들 어느 정도는 비극을 살아가요. 삶이 그것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주인공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 여기와는 다른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 언제나 주인공이 되죠. 맹랑을 비롯해 각기 다른 욕망을 갖고 침몰한 배의 보물을 노리는 군상들이 얽히고 설킵니다. 과연 보물은 누구의 차지가 될까요? 우리도 알고 있는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고려시대 배에서 건져올린 보물들을 전시한 적이 있었어요. 친구는 그 전시를 보다가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다른 세계를 꿈꾼다고 했을 때, 다른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요? 세상의 질서가 그대로인 세상에서 나만 괜찮아지는 그런 세계를 꿈꾼다면 그들은 주인공이 되기 어렵습니다.(선한 사람이었지만 맹랑을 돌봐주던 아저씨가 희생된 건 그 때문이겠죠?) 나는 친구가 왜 성인 대상의 소설이 아니라 청소년 소설을 택했을까, 궁금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알 것도 같았어요. 그런 세계는 기성세대가 만들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 아닐까요?


친구가 쓴 책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좋은 책입니다. 친구가 여태까지 써온 책들의 주인공들은 몇 겹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입니다. 오로지 자신 안에 있는 결기를 가지고 현실의 어려움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죠.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협력하고요. 그리고 그 주인공의 결기는 '올바름' - 여긴 굉장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요. 단순하고 납작하게 착하거나 도덕적이지 않은 - 에 닿아 있습니다. 그에 기대어 비로소 용기를 낼 수도 있고요. 저는 그것이 너무 좋아서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그 아이가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든 결국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에 도착할 거라는 확신이 생겼고요. 친구가 그런 이야기들을 앞으로도 많이 만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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