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이걸 읽는 게 내 현재 삶을 좀 낫게 만들어줄 수 있나,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 좀 난감하다. 대체로 책을 읽는 일은 현실의 복잡다단한 일과는 먼 일로 여겨지니까. 인터넷이며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는 그래도 책이 실용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요리책이라든가. 하지만 지금의 '책읽기'란 현실적인 고민 따위 하찮은 온갖 여유(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 등등)가 있는 사람들의 유희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가끔은 그냥 현실에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대충 안주하고 있는 현실을 불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책을 읽다 보면 아, 이렇게 살아도 되나,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사는 게 더 바람직한 걸까, 어떻게 사는 게 나와 세상에 유익한 걸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지 않을까, 내 삶 전체가 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 같아 밑도끝도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기도 한다.
신간들을 살피다 보면 뚜렷한 경향이 보이는 부분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후 위기와 다양성의 옹호. (개인적 관심사이기도 해서 더 눈에 띄는 것일까) 그 가운데 기후 위기는 뉴스로도 많이 접할 수 있고 피부에 와닿기도 하지만 너무 거대한 문제라서 도대체 나라는 개인이 뭘 한다고 해서 이 거대한 흐름을 털끝만큼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 싶은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채식이다. 소를 사육하는 데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과 공장식 축산업이 야기하는 동물권 문제까지 복합적인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고기를 파는 식당을 하는 것 자체가 이 세상이 큰 죄를 짓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달이면 2500킬로그램이 넘는 닭고기를 필두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얼마나 많이 구워서 파는지.. 게다가 일회용 쓰레기와 플라스틱은 얼마나 써대는지...
인류가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이른바 '인류세'를 살아가는 인간이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갖는 건 업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거리낌없이 살아가기보다 약간은 세상만사에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소극적인 죄인으로 살아가는 중인데, 먹고 사는 일을 핑계로 적극적으로 죄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마음이 불편하다. 게다가 식당을 하면서도 철학을 가지고 음식을 직접 하지 않고, 사람들이 일에 대해 갖는 진심이나 철학 같은 것을 통해 더 유능하고 동시에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인간이 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자괴가 책을 통해 더 심해지기도 한다. 내가 고기 파는 식당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한다면 좀 나을까? 먹고 사는 일의 엄중함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할까? 아니면, 이상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 위해 당장의 불편함과 열악함을 견딜 용기가 부족한 걸까? 이런 생각조차도 배부른 소리에 불과한 걸까? 책이 이런 것들을 일깨운다는 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일지, 책을 기어코 피해야 할 이유일지 나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