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 아사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5
대개 어떤 책을 읽고 싶다고 할 때는 믿을 만한 사람의 추천이 있거나 화제가 되거나 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연히 서점에 들러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겠죠. 간혹 온라인 서점에서 첫 화면에 올라와 있거나 검색 화면에 떠 있는 흥미있는 문장에 이끌리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돈 들인 마케팅인 경우도 많아서 미리 경계하게 돼요. 그래서 기존에 좋아하던 작가의 신작이 아닌 경우라면 출간된지 시간이 좀 지나 어느 정도 평가가 이뤄진 책들을 고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순전히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에요.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지카유치 유타의 책 두 권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븜을 느끼는가>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를 살펴보다가 이 책들을 출간한 출판사 다다서재 책 목록에서 발견했습니다.
<몸은, 제멋대로 한다> 제목을 보고 어쩐지 머리가 띵해졌어요. 즉각적으로는 나이가 들어서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아져서 공감이 되었지만 곧바로 몸은 원래 의지와는 별 상관이 없지 하는 깨달음이 이어졌기 때문에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졌어요. 엊그제 책을 받고 서문을 읽어보았습니다. 많은 문장에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서문의 처음은 '켄다마 해냈다! VR' 게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켄다마는 일본 전통 장난감으로 망치처럼 생긴 본체와 공이 실로 연결되어 공을 공중으로 던졌다가 받아내며 노는 장난감이라고 합니다. VR게임은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켄다마를 연습하는 것이죠. 현실과 달리 공의 속도가 좀 느린데, 이걸로 연습한 사람의 96.4%가 실제 현실에서 공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연습 시간은 겨우 5분.
이 결과를 보고 저자는 가상과 현실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몸은 그 사이를 넘나든다는 사실을 간파합니다. 몸의 그 느슨함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요. 사람은 3회전 점프를 할 때의 내 몸의 상태를 전혀 알 수 없지만 어떤 몸은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해낸다는 거에요. 의식은 몸을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은 의식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몸은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어 버린다는 거죠. 이 책은 제 생각과는 좀 다른 책인 것 같아요. 저는 제멋대로인 몸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지만(물론 이런 아이디어에 기반해 있지만) 그보다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이공계 연구자들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다고 합니다.
제 생각과는 좀 다른 책이지만 그렇다고 이 책의 흥미로움이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에서 몸과 의식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일단 1장은 소니 컴퓨터사이언스 연구소의 후루야 신이치씨의 연구를 중심으로 합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피아니스트들과 협력하여 그런 믿음 바깥으로 몸을 데려가주는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저는 몸을 움직이는 일을 못하고, 못하니까 싫어하는데, 이런 저의 의식을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바꿔놓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이제 제 나이는 살기 위해서 운동이라는 걸 해야 할 나이니까 어쩌면 '나는 운동을 못한다'는 의식을 제 몸이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운동을 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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