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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테리야키 식당에서 클래식 음악을 트는 이유2026-06-14 15:58
작성자 Level 10

워싱턴 주에서 한인들이 종사하는 자영업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테리야키 식당'이다. 사실 오기 전까지는 나도 몰랐다. 오고 보니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현재 테리야키 식당을 하고 있거나 과거에 했거나 미래 어느 시점에선가 하게 될 사람으로 분류된다는 걸 알았다. 한국에서 서울대 나오고 대기업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결국 마지막은 치킨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씁쓸했는데, 미국까지 와서도 치킨으로 수렴될 줄이야. 하여간 어느새 테리야키 식당을 거의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음악 이야기. 대부분 테리야키 식당에서는 특정 인기 팝송이 반복해 나오는 주파수의 라디오를 틀어놓거나 휴대폰 공기계에 스피커를 연결해 인기 팝송이 반복 재생되는 유튜브를 틀어둔다. 우리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늘 반복해 나오는 팝송이 지긋지긋해져서 무슨 음악을 틀면 좋을까 계속 생각하다가 클래식을 틀게 되었다. 클래식 애호가...는 절대 아니고 뭔가 클래식을 모르면 세상의 중요한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나가는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나서(어린 시절이었다) 여기저기 추천을 받아 CD(아, 옛날 사람!!)를 좀 사뒀는데, 그걸 집에서 차분히 들을 시간이 없어서 그걸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CD는 낡은 매체라 그걸 재생하는 매체의 품질은 정말 별로다. 돈이 안 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애를 쓰지 않으니까. 물론 고급의 방향으로 나가자면 엄청나게 좋은 플레이어가 있겠지만 엄청나게 비싸다. 아마존에서 파는 10불짜리 휴대용 플레이어를 사서 스피커에 연결해서 틀고 있는데, 음질을 판단할 깜냥은 안 되고 가끔 음반이 튀어서 좀 불편하다. 어쨌든 우리 가게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클래식이 흐르는 대중 식당이라.. 드문 일이고 자의식 과잉이라고 욕을 한다고 해도 할 수 없다. 피아노 곡을 많이 틀었는데(제일 무난하다, 현악기는 가끔 너무 날카로울 때가 있고, 교향곡은 너무 무겁고 다이나믹하다. 오페라나 가곡도 가끔 감정 과잉이라 나조차 깜짝 놀라게 된다. 내 하고 싶은 대로를 추구하지만 그 안에서 무난함을 추구하는 역설.. 손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으니까) 요즘은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중이다. 손님들이 가끔 음악을 칭찬하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손님들은 관심이 없다. 


요즘은 코다이 콰르텟의 하이든 현악사중주 모음곡을 틀고 있는데, 음반 수가 25개나 돼서 한동안 이것만 틀어도 될 것 같다. 클래식의 좋은 점. 계속 들어도 매번 새롭게 들린다! 그래서 안 지겹다. 나는 대부분의 클래식 곡 이름을 모르고 예전처럼 기를 쓰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가끔 뭔가를 알게 될 때도 있는데 이걸 듣다가 우리 고등학교 때 수업 시작과 마지막을 알리던 종소리가 하이든의 세레나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누가 대중 식당에 클래식을 트냐고 생각할 테고 적어도 워싱턴 주 테리야키 식당 가운데 유일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 식당의,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정체성 같은 게 되어줄 지도 모른다. 꼭 긍정적이지는 않을지라도. 그래도 어떤 요소가 그곳의 유일함, 그곳의 특별함이 되는 거, 꽤 괜찮은 것 같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무엇이 우리 업소의 특별함이 될까 하나쯤 생각해봐도 좋지 않을까? 손님이 없는 고요한 시간, 가끔 멍하니 음악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차오른다. 하나라도 좋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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